인류의 가장 오래된 학문 천문학 태양계
선사시대의 동굴벽화에는 동물을 사냥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 뿐만 아니라, 달의 위치와 별의 이동 경로를 표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들도 있습니다.
이렇듯 천문학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 입니다.
고대인들은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서양문명의 원천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탄생시켰습니다.
우리 태양계 행성에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의 이름이 붙여진 배경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한편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동일시 되는 신이 여러 개의 다른 이름이 등장하는데, 그리스 이름이 로마식으로 불릴때와 영어식 발음으로 불렸기 때문 입니다.
예를 들면 태양계 중 금성에 해당되는 ‘비너스’는 그리스 이름이 ‘아프로디테’이며 로마식으로 하면 베누스가 되고 이를 영어식 발음으로 하면 ‘비너스’가 된 것입니다.
우선 ‘태양계’는 영어로 solar system 으로써 ‘시스템’이 주는 어감이 태양의 영향권에 있는 모든 집합체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태양계 내에는 행성으로 분류되는 8가지 천체가 있는데 지구도 그 중 하나이며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입니다.
특이한 점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에서 다음과 행성의 정의를 정함에 따라, 명왕성왜이 행성에서 퇴출되고 ‘왜소행성’으로 분류되었습니다.
‘행성의 정의 : ① 태양의 주변 궤도를 공전할 것 ② 구의 모양을 유지할 정도의 크기와 무게를 가질 것 ③ 주변에서 가장 지배적인 궤도를 가져야 할 것 – 명왕성은 질량이 낮고 공전궤도가 태양이 아닌 해왕성일 수 있는 애매한 궤도를 가지고 있다.’
1. 수성 Mercury
수성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며, 공전 속도가 빨라 태양의 주변을 88일 만에 한 바퀴 돕니다.
가방 하나에 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브랜드 ‘에르메스(HERMES)’가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르메스’를 프랑스어로 발음한 것이며 영어 이름은 머큐리인 수성 입니다.
헤르메스는 올림푸스 12신 중 막내이자 제우스의 아들인데 미의 여신 비너스 사이에서 큐피드로 알려진 에로스를 낳았습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사기꾼의 기질이 다분하였는데 걷기 시작할 때부터 아폴로의 소떼를 훔치고 시치미를 떼며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거짓임이 발각되었을때도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악기인 리라를 아폴로에게 선물하며 소떼와 교환하는 것으로 협상을 했습니다.
이렇듯 헤르메스는 지혜롭고 융통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전령의 신으로서 교역과 상업의 신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도둑과 사기꾼의 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유롭고 융통성 있는 사고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해양 상업문화’에 부합하는 이미지로 부각되어 특히 베네치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네이버 초창기 로고로 잘 알려진 모자에 날개가 달린 ‘페타소스’가 바로 헤르메스의 아이콘으로써 ‘신속 정확한 정보 전달’의 아이콘으로 활용되었습니다.
2. 금성 VENUS
금성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이며 밤 하늘에서 달에 이어 두 번째로 밝은 천체입니다.
생명체가 살기에는 지옥 같은 환경이지만 아름다운 금색의 빛을 내는 행성에는 ‘미의 여신 비너스’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비너스의 탄생’으로 유명한 보티첼리의 미술 작품은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금욕적이고 엄격했던 기독교 신앙에 빠져있었는데, 이 그림을 통해 비로소 인간의 아름다움으로 눈을 돌리게 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입니다.
물거품속에서 태어난 비너스가 키테라 섬에 도착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으로써 거대한 가리비 조개 위에 서 있는 모습은 우아하면서도 순결하고 여성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왼쪽에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그의 연인 클로리스가 한껏 입 바람을 불어 비너스가 육지에 다다르도록 도와주고 있고, 오른쪽에는 봄의 여신 호라이가 옷을 들고 마중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등장하는 비너스의 실제 모델은 당대 피렌체 최고의 미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시모네타 베스푸치’ 라는 여인인데 안타깝게도 폐결핵으로 23세에 요절했습니다.
그녀가 죽고 34년 후 보티첼리가 눈을 감으면서 그녀의 무덤 옆에 묻어 달라고 했을 정도로 평생 짝사랑 했습니다.
3. 지구 EARTH
우리 행성인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 위한 조건이 우연히, 운명처럼 절묘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지구를 뜻하는 영어 EARTH는 원래 ‘땅’을 의미하는 단어로써 게르만조어 ‘EORTHE’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일부 괴짜 학자는 지구 표면의 71%가 물로 덮여있기 때문에 지구 EARTH가 아닌 수구 OCEAN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우스개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4. 화성 MARS
화성은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으로써 물이 흐른 흔적이 계곡 등 지형으로 나타나 있으며, 다른 별들과는 달리 홀로 붉게 빛을 냅니다.
때문에 동양에서는 불 화(火) 자를 써서 화성이라 했고, 서양에서는 붉은 피를 떠올려 ‘전쟁의 신 마르스’의 이름으로 불립니다.
마르스는 아레스라고도 불리는데 신들의 왕 제우스와 질투의 화신으로 전락한 사랑의 여신 헤라의 아들로서, 전쟁의 여신 아테나와는 아버지가 같은 남매 입니다.
아테네는 지략과 전술로 무장한 반면, 마르스는 가는 곳 마다 피를 부르는 전쟁광으로 불화의 여신 에리스, 라틴어로 벨로나인 싸움의 여신 에니오 등을 거느리고 다녔습니다.
마르스는 원래 농경의 신으로 가축과 경지를 보호하는 역할이었으나 로마 제국이 영토를 확장해 가면서 전쟁의 신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미의 여신 비너스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는데 그녀가 아도니스에게 반하자, 질투에 사로잡힌 마르스가 멧돼지로 변신해 그를 물어 죽여버렸습니다.
5. 목성 JUPITER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놀랍게도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가 살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공전주기가 12년인 목성은 12년 주기로 지구와 가까워 지는데 이를 십이궁이라 하며, 30도씩 12등분 하여 각각에 대해 별자리 이름을 붙였습니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들의 왕인 제우스와 동일 시 되는 주피터의 이름을 가졌는데 천하의 바람둥이 입니다.
주피터는 여신은 물론, 인간과 님프 그리고 미소년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사랑을 나누었는데 헤라와 동일시 되는 아내 주노 여신의 구름을 꿰뚫어 보는 능력에 들키곤 했습니다.
주노가 항상 주피터의 바람기를 감시했듯이 목성을 탐사하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NASA는 2011년 무려 1조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무인탐사선 ‘주노’를 목성에 발사했습니다.
6. 토성 SATURN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는 얼음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 30년에 한번 태양을 돌 만큼 공전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이러한 토성의 어둡고 우울한 토성의 기운은,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인데 무력함을 상징하는 사투르누스의 이름을 딴 행성이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농경의 신 크로노스를 라틴어 식으로 부르는 이름이 사투르누스인데, 이름만 바뀌는 다른 신들과는 달리 ‘시간의 신, 자유의 신, 부의 신’의 이미지가 더해졌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재벌집 막내아들’ 15회 중 갤러리에서 모현민이 진성준에게 보여준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그림의 주인공 입니다.
신들의 왕이 된 사투르누스는 왕권을 위협받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위험에 빠진 형제들을 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식을 먹는 악행을 저지릅니다.
결국 여섯번째 아들에게 살해를 당하는데 그가 바로 목성의 이름에 붙여진 제우스인 주피터 입니다.
7. 천왕성 URANUS
천왕성은 1781년 망원경을 통해 발견된 최초의 행성이며, 거의 누운 상태로 자전을 하는데 주변의 목성, 토성 등의 행성들이 강력한 힘으로 끌어당기기 때문 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들의 이름을 붙였던 관례를 따랐는데, 태양계로부터 토성보다 더 멀리 있기 때문에 사투르누스에게 쫒겨난 우라노스를 떠올렸습니다.
우라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1세대 하늘의 신이며, 아내인 가이아는 대지의 여신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인의 하늘과 땅의 우주관으로 표현됩니다.
가이아는 100개의 팔을 가진 헤카톤케이레스족,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족을 낳았는데 우라노스는 괴물 자식을 미워해 가이아의 자궁 깊숙이 지하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가이아는 복수하기 위해 막내아들인 사투르누스에게 낫을 주어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새로운 신들의 왕이 되도록 부추겼습니다.
사투르누스가 마구잡이로 낫을 휘둘렀고 우라노스의 성기가 잘려나갔는데, 이를 바닷물에 던지자 물거품이 일어난 후 ‘비너스’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힘과 생식력을 잃은 우라노스는 막내 아들 사투르누스에게 쫒겨나면서 ‘너도 언젠간 아들에 의해 내쳐질 것’ 이라며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이 저주를 두려워한 사투르누스는 자식을 낳자마자 먹어버렸지만 결국 목성의 이름을 가진 아들 주피터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8. 해왕성 NEPTUNE
해왕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있는 행성이며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 푸른색을 띄는 행성인데, 붉은색을 흡수하고 푸른색을 산란시키는 메탄 성분 때문에 푸른빛을 냅니다.
푸른색은 바다를 연상하기 때문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라 불리는 넵튠의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넵튠의 아이콘은 백마 두 마리가 끄는 조개 마차와 삼지창으로써, 바람을 일으키고 구름과 비를 부르는 넵튠의 능력은 모두 이 삼지창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사 단군왕검의 신화에서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올때 데려온 ‘풍백, 운사, 우사’가 바람과 구름, 비를 맡고 있는 신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김선지 저의 ‘그림속 천문학’ 도서를 일부 참고했으며 책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